마찰은 시스템에 남아야 한다
피드백에서 드러난 차이가 완료 기준과 결정권자, 다음 작업의 규칙으로 남지 않는다면 개선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 일하는 방식
- 프로세스
- 개선
- 협업
- 피드백

앞선 글에서는 개발을 시작한 뒤에야 빠진 결정을 발견했던 경험을 돌아봤다. 검토를 앞당기면 서로 다른 완료 기준이 드러난다. 내가 말하는 마찰은 그 차이를 숨기지 않고 피드백으로 다루는 과정이다.
업무에서 마찰은 피할 수 없다. 서로 다른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일하면, 무엇을 먼저 해야 하는지, 어디까지를 완료로 볼지, 누가 결정해야 하는지가 다를 수밖에 없다.
문제는 마찰이 있었다는 사실이 아니다. 한 번 피드백을 주고받은 뒤에도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는 점이다.
완료 기준이 정해졌는가. 결정할 사람이 분명해졌는가. 다음에는 같은 질문을 처음부터 다시 하지 않아도 되는가. 이 세 가지가 남지 않으면, 우리는 문제를 해결한 것이 아니라 이번 작업을 임시로 통과시킨 것에 가깝다.
지적이 반복되면 시스템은 배우지 못한 것이다
계속 내가 지적해야만 일이 움직인다면, 필요한 마찰이 시스템에 들어간 것이 아니라 내가 계속 마찰을 제공하고 있는 상태다.
처음에는 내가 꼼꼼하게 확인해서 문제를 막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다음 작업에서 같은 질문을 다시 해야 한다면, 나의 주의력은 프로세스가 아니라 임시 장치로 쓰이고 있는 셈이다.
그 방식은 단기적으로는 일을 움직인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특정 사람이 자리에 없을 때 문제가 다시 드러난다. 그 사람이 알고 있는 기준과 맥락이 문서나 작업 흐름에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찰이 생기면 무엇이 바뀌어야 하는지를 남겨야 한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 전달 전에 확인해야 할 완료 기준을 추가한다.
- 최종 결정을 내리고 실행하며 결과에 책임질 DRI(직접 책임자)와 답변 시점을 명확히 한다.
- 반복된 질문을 다음 작업의 체크 항목으로 옮긴다.
- 예외를 허용했다면 어떤 비용을 감수했는지 기록한다.
- 다음 사람이 같은 맥락을 다시 묻지 않도록 근거를 남긴다.
사람의 판단을 작업의 기준으로 옮긴다
피드백을 시스템에 남긴다는 것은 사람을 점수로 평가하자는 뜻이 아니다. 부족한 부분을 개인의 성격이나 성의로 설명하기 전에, 작업에서 확인할 수 있는 조건으로 바꾸자는 뜻이다.
코드 리뷰에서는 작성자가 누구인지와 별개로 테스트 결과, 변경 범위, 규칙 위반과 빠진 예외를 본다. 디자인과 다른 업무도 기존 기준 준수 여부, 정의되지 않은 상태의 수, 뒤늦게 바뀐 결정, 반복된 재작업처럼 작업에서 관찰할 수 있는 내용을 먼저 볼 수 있다.
AI는 이 첫 점검을 같은 기준으로 반복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누가 만들었는지, 누구와 가까운지, 어떤 직급인지에 따라 확인 항목을 바꾸지 않고 빠진 조건을 먼저 보여주는 것이다. 다만 AI의 결과가 곧 판정은 아니다. 사람들은 그 결과를 놓고 예외의 이유를 설명하고, 기준이 현실과 맞지 않으면 함께 수정해야 한다.
그렇다고 체크리스트가 의사결정권자를 대신해서는 안 된다. 리뷰어와 AI가 근거를 모아도 최종 결정은 그 일을 실행할 DRI가 내려야 한다. 기준에서 벗어나는 예외를 허용했다면 DRI가 이유와 감수할 비용을 남기고 결과에 책임진다.
체크리스트와 수치는 사람을 대신해 결정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같은 작업을 보며 피드백하기 위한 공통 바닥이다.
마찰의 품질도 평가해야 한다
나는 마찰 자체를 성과로 보고 싶지 않다. 크게 부딪혔다는 사실이 일을 개선했다는 뜻은 아니기 때문이다.
마찰은 그만한 개선을 만들었는지 평가받아야 한다. 대화 뒤에 결정된 내용이 남았는지, 다음 작업에서 재작업이 줄었는지, 질문이 더 앞 단계로 이동했는지 확인해야 한다.
검토 시간이 늘었는데 재작업은 그대로라면 그 절차도 다시 바꿔야 한다. 체크리스트가 늘었다는 이유만으로 일을 개선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새로운 절차가 실제로 반복되는 낭비를 줄였는지 봐야 한다.
이 기준은 리더에게도, 실무자에게도 같다. 리더가 모든 문제를 직접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한 번 확인한 문제를 팀이 다시 다룰 수 있는 형태로 남겨야 한다. 실무자도 문제를 발견했다면 개인적인 불만으로만 남기지 않고, 다음 작업에서 확인할 수 있는 기준으로 바꾸는 데 참여할 수 있다.
마찰은 없어지지 않는다. 대신 마찰의 결과가 남을 수는 있다.
나는 일하는 방식이 좋아졌다는 말을, 사람들이 더 조심하게 되었다는 뜻으로 사용하고 싶지 않다. 누군가의 기억과 주의력에 의존하지 않아도 같은 문제를 조금 더 일찍 발견하고, 더 적은 재작업으로 결정할 수 있게 되었다는 뜻으로 사용하고 싶다.
한 번의 충돌이 다음 작업의 규칙이 되었다면, 그 마찰은 의미가 있었다. 그렇지 않다면 아직 개선한 것이 아니다.
기준을 남겼다고 해서 피드백이 자동으로 좋아지지는 않는다. 다음 글에서는 그 기준을 사용하면서도 사람을 성급하게 판단하지 않는 방법을 생각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