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신뢰는 함께 일하며 쌓인다
친목이 아니라 약속을 지키고 근거를 설명하며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과정에서 업무 신뢰가 쌓인다.
- 일하는 방식
- 조직문화
- 신뢰
- 협업

업무에 문제가 생겼을 때 회식이나 친목을 먼저 제안하는 경우가 있다. 서로 더 가까워지면 협업도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나는 회식이 꼭 필요한 조직 활동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함께 식사하고 대화하는 시간이 관계에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그 자리에 참석해야만 정보를 얻거나 신뢰를 증명할 수 있어서는 안 된다.
업무 전달이 불완전하고, 결정권자가 불분명하고, 같은 재작업이 반복된다고 해보자. 그런데 해결책이 “우리끼리 밥도 먹고 더 가까워지자”라면 원래 질문이 바뀌어버린다.
“왜 이런 문제가 반복되고, 무엇을 바꿔야 하는가?”가 아니라 “우리가 서로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가?”가 된다.
상대의 사정을 이해하는 것과, 그 때문에 생기는 부담을 계속 떠안는 데 동의하는 것은 다르다. 바쁜 일정과 개인적인 어려움을 고려할 수는 있다. 그렇다고 업무 방식이 만들어낸 비용을 계속 다른 사람의 인내심으로 처리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친하지 않아도 잘 일할 수 있어야 한다
조직의 기본선은 이렇게 잡고 싶다.
사적으로 친하지 않아도 필요한 정보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회식에 참석하지 않아도 의견을 낼 수 있어야 한다. 불편한 이야기를 해도 사람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업무의 문제로 검토받을 수 있어야 한다.
그 위에서 서로 친해지면 더 좋을 수 있다. 하지만 친해져야만 업무 협조를 받을 수 있거나, 술자리에서 풀어야만 다음 업무가 진행된다면 친목은 보완 수단이 아니라 사실상의 업무 조건이 된다.
업무 신뢰는 함께 일하는 과정에서 쌓여야 한다. 약속한 일을 제때 전달하는지, 결정의 근거를 설명하는지, 문제가 생겼을 때 숨기지 않고 알리는지, 다른 사람이 이어서 일할 수 있도록 정보를 남기는지가 신뢰를 만든다.
대화할 자리가 필요하다면 저녁과 술을 기본값으로 삼을 이유도 없다. 점심은 근무 시간과 가깝고 개인의 저녁을 덜 침해한다.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도 같은 조건에서 참여하기 쉽다. 물론 점심도 의무가 되면 부담은 남는다. 중요한 것은 형식보다 목적과 선택권이다.
공개된 조직 원칙도 관계와 업무를 구분한다
이 생각은 개인적인 취향에만 머물지 않는다.
넷플릭스의 문화 문서는 좋은 직장의 핵심을 사무실이나 무료 식사 같은 혜택보다, 자기 일을 잘하고 함께 일하는 데도 뛰어난 동료에게 둔다. 또한 일상적인 피드백과 결정의 책임자, 결과를 돌아보는 과정을 업무의 일부로 설명한다.
Google의 re:Work 연구는 효과적인 팀의 중요한 요소로 심리적 안전감, 신뢰성, 구조와 명확성을 제시한다. 여기서 심리적 안전감은 분위기가 좋고 모두가 친하다는 뜻이 아니다. 질문하거나 실수를 인정하거나 다른 의견을 내도 망신이나 처벌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상태에 가깝다.
GitLab의 가치 문서도 실패를 개인 탓으로 돌리기보다 실패를 만든 상황과 의사결정 과정을 살피고, 피드백을 사람과 일이 아니라 구체적인 작업에 연결하도록 설명한다. 동시에 비공식적인 대화와 관계 형성도 신뢰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고 인정한다.
이 사례들을 “좋은 회사는 친목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읽고 싶지는 않다. 업무의 문제를 다루는 원칙과 관계 형성의 기회를 구분하고, 관계 형성이 필요한 경우에도 개인의 시간을 당연하게 요구하지 않는 편이 낫다고 읽고 싶다.
관계는 업무 방식을 대신하지 않는다
프로세스를 우선한다는 것은 절차와 결재를 늘리자는 뜻이 아니다. 친분이나 눈치에 의존하지 않아도 일이 명확하게 진행되도록 하자는 뜻이다.
업무의 조건이 문서와 대화 안에 드러나 있으면, 사람들은 서로 친하지 않아도 필요한 질문을 할 수 있다. 누가 결정하는지 알고, 무엇이 미정인지 표시되어 있으면, 불편한 문제를 개인적인 감정으로 바꾸지 않고 업무의 언어로 다룰 수 있다.
그래서 직장에서 관계를 잘 만들고 싶다면, 먼저 함께 일하면서 서로를 불필요하게 소모시키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함께 밥을 먹는다면 부담이 적은 점심부터 선택할 수 있다. 그조차 모두에게 필요한 것은 아니다. 신뢰를 만드는 책임은 식사 자리가 아니라 매일의 업무 방식에 있다.
리더가 먼저 물어야 할 질문도 “왜 우리 직원들은 잘 안 어울릴까?”보다 “함께 일하는 과정에서 신뢰가 쌓이고 있는가, 계속 깎이고 있는가?”에 가까워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