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이 아니라, 주인이 되는 일
내 결혼식에서 나는 축하를 받는 사람이면서, 그 자리가 잘 흘러가도록 살펴야 하는 사람이었다. 사업에서도 무엇을 만들고 운영할 것인가보다, 그 안에서 내가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지를 생각한다.

사업에 관해 이야기할 때면 자주 떠올리는 경험이 있다. 내 결혼식이다.
사업이 무엇인지 거창하게 정의하려는 것은 아니다. 결혼식을 준비하고 치르면서 느꼈던 내 역할이, 지금 사업을 하며 배우는 것과 닮아 있기 때문이다.
앞서 「6개월 동안 만든 서비스를 접고, 다시 시작했다」에서 나는 아직 개발자에서 사업가로 가는 중이라고 썼다. 이 글은 그 고민과 이어진다. 다만 이번에는 무엇을 만들고 운영할 것인가보다, 그 안에서 내가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가에 더 가까운 이야기다.
나도 주인공이었지만, 내게는 다른 역할이 있었다
결혼식에는 많은 사람이 온다. 나와 배우자의 소중한 지인들, 양가 부모님이 오랫동안 인연을 이어온 귀한 손님들이다. 우리 두 사람의 결혼이지만, 그 자리에 모이는 관계는 두 사람의 것보다 훨씬 크다.
손님을 맞이하고 인사를 드리는 동안에도 살펴야 할 것이 계속 있었다. 신부 대기실에 있는 신부를 챙겨야 했고, 부모님과 부모님의 손님들도 생각해야 했다. 각자의 자리에서 보내고 있는 시간이 하나의 결혼식으로 잘 이어져야 했다.
신부도, 부모님도 그날의 주인공이었다. 당연히 신랑인 나도 주인공이었다. 다만 내가 느낀 내 자리는 조금 달랐다.
축하를 받는 사람이면서, 동시에 그 자리가 잘 흘러가도록 살펴야 하는 사람이었다. 내가 중심에 서 있다는 사실보다, 이 결혼식이 모두에게 어떤 시간으로 남을지가 중요했다.
그때 주인공이라는 말을 조금 다르게 생각하게 됐다.
그날의 주인공이라고 해서, 그날의 모든 판단이 나를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아니었다. 결혼식의 주인으로서 중심에 두어야 했던 것은, 그 결혼식이 가장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는 일이었다.
결국 사업도 마찬가지다. 중심에 두어야 할 것은 나보다 사업 자체가 잘되는 일이고, 그것은 고객도, 나를 포함한 직원도 모두 잘되도록 만드는 일이다.
결혼식은 식장 안에서만 이루어지지 않았다
돌아보면 결혼식은 청첩장을 준비할 때부터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장소를 고르는 일도 마음에 드는 식장을 찾는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우리의 예산을 생각해야 했고, 부모님의 손님들이 오시기에는 괜찮은지, 주차는 편한지, 식사는 어떤지 함께 살펴야 했다.
하나씩 보면 별개의 일처럼 보인다. 하지만 손님에게는 도착해서 인사를 나누고, 식을 보고, 식사를 마친 뒤 돌아가는 과정이 모두 하나의 경험이다. 우리가 어디까지 준비했다고 생각하는지와 별개로, 그분들은 그 하루 전체를 경험한다.
우리의 취향만으로 결정할 수 없는 이유였다.
그렇다고 모두의 바람을 빠짐없이 채울 수도 없다. 예산과 시간이 있고, 서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도 다르다.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조정할지 함께 이야기해야 했다.
그 과정에서는 일정과 비용 외에 살펴야 할 것이 하나 더 있었다. 사람의 마음이었다.
해야 할 일은 모두 처리했는데, 정작 준비하는 동안 부부와 가족의 감정이 계속 소모된다면 잘 준비한 결혼식이라고 할 수 있을까. 좋은 날을 만들기 위해 하는 일이 그날을 함께할 사람들을 지치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물론 나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앞으로 함께 살아갈 배우자와, 양쪽 가족이 각자의 자리에서 돕고 맞춰야 했다. 내가 느낀 책임도 모든 일을 혼자 해내겠다는 것과는 달랐다. 함께 움직이는 가운데 빠진 곳을 살피고, 서로 다른 생각이 한 방향으로 이어지도록 조율하는 일에 가까웠다.
내가 잘하는 것과, 일이 잘되는 것은 다르다
사업을 하면서도 비슷한 차이를 느낀다.
내가 가진 능력을 보여주고, 좋은 결과물을 만들고, 그 수고를 인정받고 싶은 마음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내가 잘하는 일을 중심으로 생각하는 습관도 남아 있다.
그 마음 자체가 잘못됐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무언가를 만들고 시작하는 데에는 그런 마음도 필요하다. 다만 그것이 계속 판단의 중심에 있으면, 내가 만든 것을 보는 동안 그걸 사용하는 사람은 놓칠 수 있다.
내가 얼마나 잘 만들었는지와 고객이 얼마나 좋은 경험을 했는지는 같은 질문이 아니다. 내가 많은 일을 했다는 사실만으로 사업에 필요한 일이 충분히 이루어졌다고 말할 수도 없다.
결혼식에서 내 모습만 신경 썼다면 보이지 않았을 것들이 있었듯이, 사업에서도 내가 하고 싶은 일 바깥에 살펴야 할 것이 있다.
고객은 무엇을 얻는지, 어디에서 불편해하는지, 함께 만드는 사람들은 어떤 조건에서 일하는지, 이 일을 계속 이어갈 수 있는지까지 봐야 한다. 그 가운데에는 내가 잘하지 못하거나 별로 하고 싶지 않은 일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내게 사업은 주인공이 되는 일보다, 주인이 되는 과정에 가깝다.
여기서 주인은 모든 것을 자기 뜻대로 정하는 사람이 아니다. 내가 하고 싶은 것과 이 일에 필요한 것이 다를 때, 그 차이를 외면하지 않는 사람이다. 내 몫의 일을 끝냈다는 이유로 전체가 잘 돌아갈 것이라 여기지 않는 사람이기도 하다.
고객과 우리가 만들려는 가치, 그리고 그것을 함께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그 안에서 내 책임을 찾는 것이다.
가장 낮은 자리라는 말
나는 사업가를 생각할 때, 가장 낮은 자리에 서는 사람과 가장 큰 부를 얻는 사람이라는 상반된 모습을 함께 떠올린다.
사업으로 부를 이루고 싶다는 마음과, 나를 앞세우지 않아야 한다는 태도가 한 사람 안에 있어야 한다는 점이 역설적으로 느껴진다.
내가 말하는 낮은 자리는 나를 하찮게 여기거나 모든 요구를 받아들이는 자리가 아니다. 내 생각과 수고를 먼저 알아달라고 하기 전에, 이 일을 통해 다른 사람이 무엇을 얻고 있는지 살피는 자리다. 눈에 잘 띄지 않더라도 필요한 일을 내 책임 밖으로 밀어두지 않는 태도에 가깝다.
그렇다고 자신을 낮추기만 하면 사업이 잘된다는 뜻은 아니다. 좋은 뜻만으로 비용이 해결되거나 수익이 생기는 것은 아닐 것이다. 다만 내가 사업을 하며 얻고 싶은 것이 클수록, 내가 중심에 서고 싶은 마음과 전체를 책임지는 태도를 구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그 안에서 좋은 경험을 하고 성과를 얻어야 하는 사람이다. 함께 만드는 사람들의 범위에서 나를 빼고 싶은 것은 아니다.
다만 내가 주인이라는 이유로, 나만 주인공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알고도 자꾸 잊는 것
이 차이는 사업을 시작하며 일찍 알아야 하는 것 같다. 하지만 일찍 알았다고 해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나도 그렇다. 주인처럼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어느 순간 다시 주인공처럼 생각하고 있다. 전체에 무엇이 필요한지보다 내 생각과 내 몫이 먼저 보일 때가 있다.
그 습관은 한 번 깨달았다고 없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이미 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다시 튀어나온 것을 늦게 알아차릴 수도 있다.
그래서 이 생각을 글로 남겨두려 한다. 사업이 무엇인지 설명하기 위해서라기보다, 사업을 하는 내가 잊지 않기 위해서다.
내 결혼식에서 나는 분명 주인공이었다. 동시에 그 자리를 함께 만든 사람 중 하나였고, 살펴야 할 책임이 있는 사람이었다. 두 역할은 같은 날, 같은 사람에게 주어져 있었다.
앞으로도 내가 중심에 서고 싶어질 때면 그날을 떠올려보려 한다.
내가 어떻게 보이는지보다, 내가 책임지고 있는 일이 사람들에게 어떤 경험으로 남을지를 먼저 묻고 싶다.


